방방곡곡 이색 체험지
하루하루 그 힘을 자랑하는 동장군을 핑계로 온종일 TV 앞에만 누워 있지는 않나요? 춥다고 웅크려 있지만 말고 좀 더 크고 넓은 세상을 향해 부지런히 움직여보세요. 우리 삶에 활력을 더하고 몸과 마음을 감성으로 채워줄 곳곳의 이색 공간을 앤유통신원이 소개합니다.
옛 소통의 통로이자 문화·인쇄술의 보고 ‘청주시 금속활자주조 전수관’
온통 하얀 눈밭을 거닐다 보면 사각사각 발자국이 남는다. 푹 패인 발자국은 우리에게 길을 안내해주기도 하고, 누군가의 그림이 되어 웃음을 전해주기도 한다. 마치 흰 눈 위에 찍힌 발자국처럼 하얀 종이 위에 글자를 새겨 우리에게 길을 안내하고 생생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혁신적 기술이 바로 인쇄술이다.
[청주시 금속활자주조 전수관 입구 / 이하 사진=삼성이야기]
예부터 우리나라 인쇄술은 세계가 인정한 수준으로 발전해왔는데, 특히 목판본보다 다양한 책을 찍어낼 수 있는 금속활자의 발명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그 놀라운 기술력을 한눈에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주시 금속활자주조 전수관’이다.
작년 9월에 문을 연 이곳은 금속활자 제작 기술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건립되었으며, 흥덕사지와 고인쇄박물관이 연계된 교육 체험장으로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우리 문화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인 임인호 금속활자장이 위탁받아 운영하며, 매주 금요일 하루 3회 금속활자 주조 과정을 시연한다.
[이곳에서는 한지로 책자를 만들고 금속활자를 새기거나 찍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1층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임인호 금속활자장이 활자 만드는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시연장에는 호기심 어린 아이들의 눈망울이 반짝인다. 뜨겁게 불타던 쇳물을 부은 틀에서 활자가 만들어지자 이내 탄성이 터지기도 했다. 다양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체험장에도 알찬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직지체험교실’은 활자판에 먹물을 묻혀 찍어내는 단순 체험이 아니라 ‘한지 뜨기-능화판 문양 내기-금속 활자 인쇄 시연(금속활자 및 목판 찍기)- 금속활자로 단어 찍기-책 꿰매기’까지 책 한 권을 찍어내는 전체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순식간에 인쇄되는 프린터에 익숙한 아이들이 이곳에서는 오래된 기술로 한 권의 책을 만들며 느림의 미학을 경험한다.
[635년 전 선조가 사용했던 방법 그대로 금속활자를 복원하고 있는 임인호 금속활자장]
2층은 밀랍 주조법을 보여주는 전수실이다. 밀랍으로 모형을 만들어 진흙을 덮어씌운 뒤, 열을 가해 밀랍을 녹여 빼내고 그 공간에 다시 쇳물을 넣어 만드는 밀랍 주조법의 과정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사진으로 전시해놓았다. 1,200도 이상의 열로 녹인 쇳물 앞에 흐른 땀방울에서 열악했던 당시 환경에도 불구하고 찬란한 우리 인쇄 문화를 이룩한 선조들의 위대함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함께 마련돼 있는 자치통감강목·동국여지승람·논어집주대전 등의 다양한 활자판, 금속활자장의 기능 보전과 전승 기반을 위한 작업실 등은 우리나라 금속활자의 우수함을 알리고 보존하고자 한 전수관의 노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인쇄술은 옛사람들의 정보를 오늘날까지 전달하고 공유하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한 위대한 통로다. 특히 우리 인쇄술은 그 가치가 높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인 <직지>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으며 그 기술과 가치를 인정받는 금속활자 인쇄술에 우리는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의 기술력으로도 구현해내기 힘들 정도로 그 과학성과 기술력이 뛰어난 문화에 대해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오래된 우리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간직하는 길일 테니 말이다.
글·사진 윤보미 앤유통신원
경주에 소리를 더하다 ‘경주 오르골 소리 박물관’
경주에서는 뛰어다닐 일이 없다. 대부분 걷고 쉬는 여행이다. 이름난 관광지가 한 단지 안에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는 덕이다. 자연스럽게 자동차보다는 자전거, 자전거보다는 두 다리를 이용하게 된다. 가족과 함께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차 안에서 부대끼고 요란한 구경을 하는 것보다 나란히 손잡고 거니는 것이 휴식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일깨울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느릿한 쉼의 끝에 아름다운 소리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 근대 소리의 변천사를 눈과 귀로 보고 듣는 이채로운 박물관을 소개한다. ‘경주 오르골 소리 박물관’이다. 경주에서 호흡하고 본 것들만으로도 벅찬데 아름다운 소리를 더할 수 있으니 힐링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제격이다.
이곳은 경주 IC 출구 휴게소 한쪽에 있다. 관광지를 살짝 벗어나 휴게소 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경주의 택시 기사들도 잘 알지 못한다. “휴게소에 박물관이 있다고요? 진짜로?”하며 되물음을 하더니, 박물관 간판을 보고서는 “진짜 있네. 내는 왜 여태 몰랐지!”라며 신기해할 정도. 휴게소 내 공간에 마련되어 규모는 작지만 알차게 꾸며져 있다.
[1896년 에디슨이 제작한 축음기]
세계 최대의 댄스 파이프 오르간과 앤티크 오르골을 비롯해 스위스의 명품 뮤직박스, 에디슨의 대표적 발명품인 축음기 100여 점 등을 만나고 들을 수 있다. 에디슨의 축음기는 당시 그야말로 일대 혁신이었다.
19세기까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원통 실린더 형태의 오르골이 일반적이었으나, 에디슨의 발명으로 우리는 음에 노래까지 더해 소리를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소리를 가두고 노래를 저장할 수 있게 된 날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나팔 모양의 스피커에서는 당시의 노래가 축복처럼 울려 퍼졌다.
[페이퍼 롤로 자동 연주되는 유령 피아노]
한편 스테인웨이 사(社)의 그랜드피아노는 자동으로 건반이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유령 피아노다. 연주자의 피아노 연주를 기록한 페이퍼 롤이 작동하며 피아노를 자동으로 연주하는 구조인데, 알고 봐도 신기하다. 소리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도 연신 감탄을 멈추지 않는다.
[연주자의 기교와 감성을 담은 연주가 기록된 페이퍼 롤]
[800여 개 파이프와 27개의 악기 소리로 환상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국내에 한 대뿐인 댄스 파이프 오르간이다. 이 악기를 마주하고 있자면 세계 최대급 규모에 한 번, 100년 전 제작된 악기임에도 무려 27가지 악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연주가 시작되면 풍부한 표현과 볼륨 있는 소리에 또 한 번 놀라는데, 이 댄스 오르간은 하루에 네 차례 정도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한 몸이기 때문에 박물관에 들를 때는 연주 시간을 꼭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30분 정도의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나오면 출구 쪽에 전시된 오르골을 만날 수 있다. 세련된 디자인은 물론 오르골 자체의 앤티크한 분위기까지 갖춰 눈길을 끈다. 현대적 오르골이지만 아날로그 특유의 감성은 여전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오래된 것들은 언제 봐도 반갑고 그 여운도 짙은 법이라, 이곳을 다녀오면 귀에서 오르골 소리가 계속 맴돌지도 모른다. 굳이 지우려 애쓸 필요는 없다. 규칙적이고 또렷하게 귀에 맴도는 오랜 소리가 이 겨울 힐링 여행의 마침표가 될 것이니 말이다.
글·사진 전신우 앤유통신원
출처 : 3050 ♥싱글모임
글쓴이 : 향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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